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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동파업 소식에 민심 ‘한숨’

현대 공동파업 소식에 민심 ‘한숨’동구·북구 상인들 “설마, 설마 했는데… 우려가 현실로”
울산 경제의 쌍두마차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동반파업이라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개봉을 예고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공장이 위치한 동·북구 민심은 한여름 무더위마저 얼려버릴 정도로 냉랭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파업찬반투표를 벌여 재적대비 76.54%의 찬성율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또 14일 쟁대위 첫 회의를 통해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파업을 진행키로 확정했다. 

지난 13일부터 파업찬반투표를 시작한 현대중공업은 15일 투표가 마무리된다. 역시나 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20일 민노총 주도로 태화강 둔치에서 진행되는 울산노동자 총파업에서 현대차 노조와의 첫 동반파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동반파업의 첫 단추인 현대차 노조의 파업찬반투표 가결 소식이 전해진 14일 오전 동구 한 전통시장에서는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12년간 어묵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상인들 사이에서 파업 할 것이라는 걱정으로 술렁였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며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파업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말한 뒤 얼굴이 굳어졌다.

다른 상인은 “매달 10일이 현대중공업 월급날이라 이날이 지나면 어느 정도 시장에 활력이 돌았다. 이달은 그런 특수도 없어 최악 중 최악”이라며 “오늘(14일) 아침 파업소식이 들리자 상인들은 망연자실 그 자체”라고 하소연했다.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주거지이자 주점과 음식점이 즐비한 북구 명촌동 상가 상인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 찼다.

수산물 전문식당 대표는 “명촌은 동구나 다른 지역보다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도 “이번 파업이 오래 가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상가들이 애가 타는 가운데 울산 시민들은 냉소 어린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을 한다는 강모(38·울주군 구영리)씨는 “파업은 자기 밥 그릇 챙기기 위해 벌이는 일 아닌가”라며 “공장 인근 지역이나 음식점 상인들은 힘들겠지만 직접적인 관련 없는 업종의 자영업자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파업 할 때 교통 흐름에 방해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모(51·남구 삼호동)씨는 “또 시작이다. 임금 피크제 확대는 이해가 가지만 임금 상승에 대한 요구는 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순 없지만 파업으로 인해 울산 경제에 타격을 준 사례가 있는 만큼 오래 가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