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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판매절벽’ 기로… 닫힌 지갑에 주변상권 ‘침울’

현대차 ‘판매절벽’ 기로… 닫힌 지갑에 주변상권 ‘침울’[기획-지역 경기침체 현상 진단] <中> 반토막난 명촌상권
현대차 2013년 이후 점유율·영업익 하락세
근로자 회식장소 역할 ‘명촌동’ 손님 뚝
부동산 “원룸·식당 매물 많지만 수요없어”

22일 오후 울산시 북구 명촌(明村)동. 이곳은 현대자동차 명촌문과 바로 이어져 있어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단골 회식장소로 유명하다. 밝을 ‘명’ 자를 쓰는 동네 이름처럼 끊임없이 모여드는 손님들로 늘 불야성(不夜城)을 이뤘지만 지금 이곳은 그리 밝지 않다. 계속되는 조선업 불황에 최근들어 현대자동차도 판매절벽이 보이면서 매출이 급감한 것. 실제로 이날 식당들은 저마다 간판에 불을 켜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손님들은 가벼운 식사만 하고 떠날 뿐, 매출을 크게 올려주는 대규모 회식 고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명촌동 한 민물 매운탕 전문점.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의 회식 장소로 각광받던 개업한 지 6년된 이 식당은 이달 들어 2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매장을 돌며 매니저 역할을 하던 사장은 개업 이후 처음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내보낸 직원들의 몫까지 일하고 있었다.

사장은 “가게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없다. 예전엔 10명 정도 가게를 찾아왔다면 점차 줄어 지금은 5명도 채 되지 않아 매출 역시 반토막이 났다”며 “주간 2교대가 실시된 이후에도 밥과 술자리는 어느 정도 이어져 버틸만 했지만 이제는 현대차 사람들이 식비 허리띠도 졸라매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업소들도 비용 부담이 제일 큰 인건비부터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치킨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업주는 경기를 잘 타지 않는 메뉴라 아직까진 버틸 만 하다며 멋쩍게 웃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업주는 “우리가 배달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매출은 올리고 있지만 20% 가량 줄었다. 가게를 직접 찾는 손님들의 수도 예전만 못하다”며 “인근 음식점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겉으론 애써 웃고 있지만 속은 아마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도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한 업주는 “얼마 전 개업했다. 개업을 알리는 현수막과 화환을 설치했지만 찾는 손님이 적어 최근까지 문을 닫고 있었다”며 “가게를 방치하는 것도 아니다 싶어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예상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운영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한 업주는 “예전에는 오후 8시만 되도 첫 손님을 받았지만 요즘은 10시가 넘어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글로벌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현재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6조3천579억원으로 지난 2014년 7조5천500억과 비교해 1조1천921억원(-15.8%)이 감소했다. 또 2014년까지 40%대 점유율을 유지하던 내수시장은 지난해 39%를 기록하며 심리적 안정선이라 여겨지던 40% 벽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하락세는 이어져 지난 4월에는 37.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의 ‘주막’ 역할을 했던 명촌동 경기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명촌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룸, 식당 가릴 것 없이 거래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팔리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식당의 경우 원룸과는 달리 가게를 내놨다는 홍보를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면 손님들이 더 찾아오지 않게 되기 때문”이라며 “평균 1억2천하던 명촌의 식당들의 권리금이 2~4천만원 가량 떨어졌지만 문의만 많을 뿐 실제 거래가 되고 있지 않다”며 “원룸도 활황기에 끼였던 거품이 어느 정도 걷히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