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창고 썸네일형 리스트형 2014.08.04 권태 너머(한겨레) 한겨레 칼럼 권태 너머 더위에 지쳐 이상의 수필 '권태'를 뒤적거렸다. '암탁 꼬랑지에도 내려 쪼이는 볕'에서 헤실 웃었다. 사실, 웃음을 유발하는 문장이 총총 박힌 '권태'의 기원은 비애다. 서늘한 배변을 가진 킥킥거리는 비애가 더위에 지친 정신에 잽을 날린다. 지금 특히 '권택'가 떠오르는 건 '초록'때문일 것이다. "일망무제의 초록색은 조물주의 몰취미와 신경의 조잡성으로 말미암은 무미건조한 지구의 여백"이라고 냉소를 보이자만, 이상의 심연에는 초록의 징글징글한 역동성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한 예민한 청춘, 죽기 한 해 전 26살의 이상은 권태를 쓰는 순간에도 실은 권태 너머를 꿈꾸었다. '권태'의 마지막은 이렇다. "불나비라는 놈은 사는 방법을 아는 놈이다. 불을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38 다음